KT는 왜 VR방 체인사업을 시작할까

KT가 20일 다소 쌩뚱맞은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KT는 GS리테일과 손잡고 오는 3월부터 ‘VRIGHT’라는 브랜드로 도심형 VR테마파크 사업을 펼친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VR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입니다. 3월초 신촌 1호점이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KT는 왜 갑자기 소상공인들이 하는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골목상권 침범을 노리는 것일까요?

KT가 VR방 사업을 펼치는 것은 5G 때문입니다. KT는 VR이 5G 시대의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VR이 확산되면 5G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KT는 5G요금제 같은 것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VR게임은 기존 온라인 게임보다 용량이 4~5배 큽니다. 이런 대용량 게임을 랙(지연)없이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 LTE로는 불가능합니다. KT 미래사업개발단 고윤전 단장은 “5G 네트워크의 특징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면서 “5G는 VR콘텐츠의 몰입감, 실제감, 실시간 상호작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KT는 VR 생태계를 키워서 5G 네트워크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VR방 사업도 이의 일환입니다.

국내 VR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KT에 따르면, 2017년 국내 VR시장 규모는 1800억원에 불과합니다. KT는 이를 3년 내에 1조원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VRIGHT가 이를 위한 첨병이 되겠죠.

VR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이 있습니다. VR디바이스 가격이 아직 비싸고, 네트워크 용량 문제로 유선으로 연결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VR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에 거액을 들여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를 보면, 2016에는 많은 게임사들이 VR게임을 들고 전시에 참여했지만, 2017년에는 그 숫자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VR로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는 많은 VR 콘텐츠가 있지만 국내 VR 사업자들은 대부분 영세해서 고가의 해외 콘텐츠를 수입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KT는 자신들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KT는 콘텐츠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VR/AR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영상,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국내 사업자와 협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유명 글로벌 콘텐츠 저작권을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예를 들어 VRIGHT에는 인기 1인칭 슈팅게임 스페셜포스를 VR게임으로 재탄생시킨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KT가 콘텐츠를 수급한 것이 아니라 KT와 게임개발업체 드래곤플라이가 협업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제작, 수급한 콘텐츠는 VRIGHT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될 수 있는 다른 VR방 체인에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회사 측은 “심의문제를 해결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중소 VR방 사업주들과 적절한 가격에 공유함으로써 실감형미디어 시장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목시장에 들어가 중소업체의 파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것입니다.

경쟁업체(?)도 이같은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 최대 VR체인을 운영하는 VR플러스 김재헌 본부장은 “KT와 같은 대기업이 들어와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VR 시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VR콘텐츠 제작이나 해외IP 수입에 대기업이 나서주면 저희같은 중소업체와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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