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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VR엔 국경 없어…美서도 성공스토리 쓸것

손재권 기자
입력 : 
2018-07-25 17:28:53
수정 : 
2018-07-25 17: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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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초기멤버` 뭉친 어메이즈VR 이승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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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성공 스토리를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가상현실(VR) 산업은 이제 시작입니다. VR 분야의 넷플릭스가 돼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의 중심이 되겠습니다."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35)의 포부다. VR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글로벌시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VR는 한국인, 미국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도전했다. 한국에서 시작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인이 주축이 돼 만든 콘텐츠 플랫폼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이제범 전 카카오 대표와 카카오톡 초기 개발자인 남대련·구경렬 씨와 함께 '어메이즈VR'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카카오톡이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경험을 가지고 회사(카카오)를 나온 후다. 이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아이폰 등장 이후 모바일 메신저가 스마트폰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소프트웨어)이 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후 미래 기술은 VR로 통한다고 믿었다. 특히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갈증이 그를 실리콘밸리로 이끌었고 모든 재산과 열정을 투자해 어메이즈VR를 창업하게 됐다.

이 대표는 "카카오에서 로켓에 올라타듯 10조원의 가치가 있는 회사가 되기까지 만들어 봤는데 이제는 실리콘밸리에서 100조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 한국인이 만든 플랫폼으로 VR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돼서 VR라는 미래 미디어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뜨고 지는 수많은 기술 중 왜 VR였을까. 이 대표는 "10년 전 스마트폰 등장과 같은 컨슈머 패러다임 전환, 혁신의 단초는 VR와 증강현실(AR)밖에 없는 것 같다. 컨슈머 기기 혁신은 헤드셋이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TV와 영화관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았다. VR시장에서 가장 많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VR 영상 제작과 유통을 함께하는 어메이즈VR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어메이즈VR는 페이스북(오큘러스), 기어VR 등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VR 앱이다. 오큘러스 무료 앱 가운데 10위권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엔 VR용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방송하고 있는데, 지난달부터 '더 윌로(The Willow)' '스턱 인 더 미들(Stuck in the middle)' 등 인터랙티브 VR 영화를 공개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몰임감이 뛰어난 VR 기기 특성에 맞게 1인칭과 3인칭 시점이 교차할 수 있도록 하는 편집과 이용자들이 장면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편집 등을 어메이즈VR만의 기술로 만들어 냈다. 게임과 같은 인터랙티브 VR 영상인데 최대 1시간까지 시청할 수 있는 장편영화라는 점이 기존 VR 콘텐츠와 다른 특징이다. '장편 인터랙티브 VR'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VR의 스토리텔링은 기존 영상 문법과 다르다. 인터랙션이 기본이 되고 화면을 최대 360도까지 볼 수 있다. 기존 영상이 프레임의 예술이었다면 VR 콘텐츠는 공간을 기록하기 때문에 기존 콘텐츠 스킬이 의미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진화시키고 있는데 VR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아예 세계관까지 만드는 작업도 한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월딩(Story-Worlding)'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체 제작 콘텐츠를 할리우드 팀에서 만들고 있고, 할리우드의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과 파트너십을 늘리고 있다. 어메이즈VR 제작 툴을 통해서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VR 거품이 꺼지는 단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아니다. 지난 4년간 거품이 있었고 실망감도 있었다. VR는 이제야 첫 발을 내딛는 단계다. 곧 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고 오큘러스 고와 같은 기기가 빠르게 보급되면 VR 산업이 주류로 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멤버도 좋고 실력도 쌓았다. VR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진입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플랫폼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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